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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562호

삶의 방식 서른 번째 질문 휴식은 곧 마음의 자유

아르스비테 다음 호를 위해 ‘휴식’이란 주제를 화두로 삼고 직접 체험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넘었다. 먼저 몸을 쉬게 하기 위해 생활습관에 변화를 줬고, 다양한 분야의 힐링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휴 식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휴식을 체험하고 있는 내 생각과 감정들, 몸과 마음의 변화를 찬찬히 그리고 세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휴식을 취하지 못할 때는 어떤 상황인지 조용히 관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 스스로 조금 놀란 부분이 있다 면 그동안 내 몸과 교감하는 데 있어 상당히 서툴고 거칠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배가 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고, 몸의 상태에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했을 뿐, 진정 몸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건 부족했음을 깨달은 계기가 된 셈이다.

그뿐만 아니다. 몸을 비우고, 시간을 비우고 나니 뜻밖에도 어딘가 깊이 숨어 있던 생각과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때그때 마주하지 않았던 감정들이 비워 놓은 내 일상의 틈새로 연기 피어오르듯 슬금슬금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집요하게 관심을 요구한다. 그 감정 덩어리 안에는 미처 해소하지 못한 화, 슬픔, 그리고 후회가 복잡 하게 엉켜 있다. 자다가도 갑자기 화와 후회가 쓰나미같이 밀려올 정도로.

이 감정의 정체를 해부하는 작업은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다. 이 감정을 느끼는 원인은 무엇인지,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대에 어떠한 감정들을 얹혔는지, 섬 세하게 생각으로부터 감정을 분리하고, 다시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사실들을 해체하는 작업이다. 이는 마음을 관찰하는 일종의 명상이다. 해체작업의 끝에 남은 것은 내 생각의 패턴과 감정의 성향이 빚어낸, 이제는 너무나도 친숙해진 허상이다. “이것저것만 갖춰지면” 원하는 결과를 손쉽게 쥐게 될 거라는 근거도 없는 기대. “취업만 하면”, “출세만 하면”, “돈만 모이면” 하는 식의 방식으로는 행복과 내적 평화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안 지 오래됐는데도.

머리로 아는 데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인간의 세포에 새겨진 기본 성향은 참 질기기도 하 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은 행복해질 수 없게 프로그램돼 있다고 한다. 행복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오로지 유전자의 번식을 위한 행동들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유전 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게 하기 위해 만족의 상태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게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 허상의 목표들을 만들어 내며 맹목적으로 달린다. 마치 그것만 달성하면 행복해질 듯이. 그러나 생각과 감정의 패턴을 바로 바라보고 허상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해방된다. 진정한 휴식은 이때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휴식’을 좀 더 잘 알기 위해 이를 키워드로 도서검색을 했을 때 국내외를 막론하고 명상이나 심리적, 종교적 안식에 대한 책들이 다수 검색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의 자유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을 해체했다는 점에서 며칠 안 남은 2017년은 휴식에 한 발 더 다가간 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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