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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558호

삶의 방식 스물아홉 번째 질문 몸과 마음 모두 잘 쉬려면...

나를 비롯해 내 주변의 많은 사람이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질병인 듯싶다. 몸과 마음 모두 잘 쉬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르스비테’ 다음 호의 주제를 ‘휴식’으로 잠정적으로 정하고, 실험 삼아 나 스스로 휴식의 다양한 면들을 구체적으로 경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몸의 재정비부터 나섰다. 사회생활을 하랴, 쓸데없는 걱정하랴 소모되는 에너지를 설탕과 카페인 그리고 과식으로 지탱해 온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단 영양소들이 균형 있게 갖춰진, 제한된 열량의 식단을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프로그램을 2주 동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몸 안의 독소를 줄이고 몸을 쉬게 하는 작업이다. 첫날의 배고픔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나니 평소 얼마나 많은 양의 그리고 자극적인 음식을 내 몸에 집어넣어 왔는지 새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마음과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은 식단을 바꾸는 것보다도 어려운 작업이다. 영국인인 한 지인은 지난 10년간 일했던 거대 다국적기업에 사표를 내고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틀에 갇힌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자신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싶었다. 말을 사랑하는 그는 몽골초원으로 향했다. 끝이 안 보이는 몽골의 평원에서 그는 낮에는 야생마 무리와 함께 마음껏 달리고 밤에는 천막을 치고 잠을 잤다. 문명의 불빛과 소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 자연의 한복판에서 그는 첫 며칠은 긴 밤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할 일은 없고, 머릿속에서는 온갖 잡념들, 떠나 온 직장과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쉴 새 없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온종일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며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동안 생각들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머릿속의 소음은 점점 조용해졌다. 머리가 조용해지자 그는 자면서 달콤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밤 별빛을 보며 잠들었고, 아침에는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 하루를 맞았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매일 밤 잠 자리에 드는 시간을 기대하게 됐다. 잠은 그야말로 꿀같이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며,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새워 뒤척이는 것이 몸의 기본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상시 얼마나 과부하가 걸린 생활을 했는지, 마치 쓰레기통처럼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정보와 일정들로 자신의 일상을 채웠었는지 깨달았다.

동양의 전통은 양과 음, 낮과 밤, 활동성과 정적인 상태가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더 많이, 더 크게, 더 빨리’를 외치는 현대사회는 이러한 균형이 깨진지 오래다. 어쩌면 이 시대의 휴식은 차고 넘치는 것들을 비워 내는 것 만큼 애초에 무엇을 내 몸과 마음에, 그리고 내 생활에 받아들일 것인지 선별하는 지혜부터 필요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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