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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462호

삶의 방식 다섯 번째 질문, 내면과 외면, 어떻게 일치하나

마지막 직장을 그만두며 새로운 삶을 모색할 때 내가 세운 하나의 기준이 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은 내 내면의 가치와 생각들이 외면의 삶과 일치되어 내 안의 내가 매 순간 겉으로 드러난 일상 속에 구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잘 들어보면 우리는 이런 말을 참 많이 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나는 원래 하고 싶은 게 있는데…’‘이것만 갖춰지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려고 했는데….' 그런데 원래의 내가 원래 원하던 삶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 안에는 나 자신만이 아는 내가 있다. 그 ‘나’는 최상의 마음과 능력을 발휘하여 내적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사는, 내가 그리는 최상의 나의 모습이다. 내 안의 나는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몰입(flow)’이라는 상태로 표현했듯이 인식과 행위가 융합되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자유로움과 흐르는 물과 같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거침없는 삶을 꿈꾼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지금의 자기와는 다른 모습의 아바타를 만들어 온라인 가상 공간 안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는 컴퓨터 게임이 등장했다. 제목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즉 제 2의 인생인 이 게임이 당시 대 히트를 친 데는 우리 안에 있는 이러한 내적 욕구를 잘 짚은 것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20~30대의 나 역시 완벽한 배우자만 만나면, 완벽한 직업만 찾으면, 커리어를 완벽한 수준까지만 올려놓고 나면 진정한 나의 인생은 그 때부터 펼쳐질 거라는 환상이 있었다. 그 때까지만 버티면 드디어 숨을 길게 내쉬며 경쟁세계에서 굳어진 어깨의 긴장을 풀고, 나 자신에게도, 주변에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베풀며 내 안에 있는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임시의 나일 뿐이니까. 그런 나를 보고 오랜 세월 나를 지켜본 대학 동창은 “황금 새장에 갇힌 새” 같다고 했다. 아무리 황금이라도 새장은 새장일 뿐이라며.

그 때, 외국에서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가 큰 울림을 주며 마음에 박혔다. “당신이 삶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당신 앞에 흘러가고 있는 것이 바로 당신의 인생이다 (Your 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 are waiting for it to happen).” 순간 내 머리 속에 있던 인생관이 거꾸로 한 바퀴 도는 것을 느꼈다. 모든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바가 펼쳐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최상의 삶의 여정은 내가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내가 되고자 하는 그 사람은,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그 삶은 먼 훗날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고 내 꿈을 매 순간, 매일 살고 있어야 그 순간들이 모여 내 마음 속에 그리는 인생이 되는 것이다. 내가 먹은 마음이, 그 마음이 탄생시킨 생각이, 그 생각이 빚어내는 행동들이 내 삶이고, 그 하루하루가 쌓여 내가 원하는 내가 되는 것이다. 만일 남들이 진정한 나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사실상 그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언젠가 방송에서 한 말이 크게 와 닿은 적이 있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자신에게 친구가 “정말 연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스타가 되고 싶은 것인가. 나는 당신이 스타가 되는 데만 관심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더라면 다른 지망생들처럼 낮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라도 연기를 했을 것이다”라고 따끔하게 지적을 해줬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좀 더 솔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윈프리의 경우처럼 진정 원하는 것이 매일 그 일을 하는 삶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일에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진지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 둘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특히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는 원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기 내면의 자신과 외면의 삶이 일치된 삶을 사는 방법은 삶의 무게가 아직 가벼운 젊은 나이부터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마음으로 꿈꾸는 삶을 실현하는 데는 일종의 에너지의 법칙이 있다. 어떤 법칙일까. 다음 글에서 던지고자 하는 ‘삶의 방식 여섯 번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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