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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506호

삶의 방식 열여섯 번째 질문, 내면의 변화가 외부의 일에 미치는 영향

아론 페레이라는 사회사업계의 영재다. 16세 때 자신의 첫 사업을 시작한 페레이라는 19세가 되었을 때 캐나다의 여러 비영리단체에 기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캐나다 헬프스(Canada Helps)’를 설립했고 이어서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을 위한 금융기관을 공동설립했다. 캐나다 헬프스는 캐나다에서 둘째로 후원금 규모가 큰 단체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큰 일들을 벌이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페레이라는 20세가 되던 해에 과로로 ‘탈진(burn out)’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었으나 자신은 무기력증에 빠졌고,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그 5년 뒤, 내가 페레이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안식년에 들어간다고 했다. 페레이라는 혼자 여행을 하고 명상을 배웠다. 히말라야의 사원, 인도 남부의 아슈람 등 전 세계의 유명 힐링센터들을 방문하고 수피· 불교· 천주교·힌두교 등 마음세계의 지도자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잠시 쉬면서 재충전을 하려 했을 뿐인데, 한 달 두 달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과거의 아픔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나면,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또 다른 것이 고개를 들었다. 정신 없이 사는 동안 외면했던 내면의 문제들이 줄줄이 따라 올라왔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만났고, 그동안 자신이 남을 믿지는 못 하면서 나약한 모습은 보이기 싫어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져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떠난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페레이라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마치 양파의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것 같았다”고 했다. 6개월로 잡았던 그의 휴식은 결국 7년의 긴 내면여행이 되었다. 7년의 여정 끝에 페레이라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지도자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행복을 챙길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그들이 하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웰빙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지난해 초에 출범한 웰빙 프로젝트는 사회사업가들이 자신의 내면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프로그램, 내적 웰빙이 그들의 사회변화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조사, 프로젝트의 취지와 성과를 다른 단체들과 공유하기 위한 포럼과 스토리텔링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웰빙 프로젝트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조사 결과다. 설문에 응한 사회사업가들 가운데 5%만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은 나머지 95%보다 훨씬 건강한 사생활을 영유하고, 타인 그리고 자신의 일과 보다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레이라는 사회의 약자를 돕고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일수록 힘든 모습을 보이기 꺼려하고 자신에 대한 시간 투자를 사치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이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이 깨져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웰빙 프로젝트에는 현재 아쇼카 등 세계적인 비영리단체와 재단 수십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적 웰빙을 중시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올해 다시 만나게 된 페레이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자신의 내면이 건강한 사람만이 남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다. 내면의 웰빙이 채워지면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실천방법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말했다. 사회사업 분야의 지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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