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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494호

삶의 방식 열세 번째 질문,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기 위해서는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는 지구 밖의 행성에 있을지도 모르는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한 대규모 탐사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수동적 방법과 능동적 방법이 있어 수동적 방법은 외계 행성들로부터 오는 전자기파를 찾아 분석하는 것이고, 능동적 방법은 전자 기파를 내보내서 응답을 기다리는 것이다. 지구 밖에 사는 생명체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518호에게 신호를 보내는 이 프로젝트는 영화 ‘콘택트’를 통해 대중적 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우주를 향해 펼쳐져 있는 거대한 장비들 의 사진을 보면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벌이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탐구력, 무모함에 가슴이 뛴다. 외계인이든 아니든 누군가 의 응답을 기다리며 우주에 끊임없이 신호 를 내보낸다는 것은 다분히 낭만적이고 희망 적이다. 특히 그 신호를 지금 누군가 듣고 있 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면. 그런데 수억달 러의 예산과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 거창하게 들릴 뿐, 사실 우리도 매 순간 세상으로 신호를 내보내고 또 받고 있다.

우리가 주고 받는 말과 행동에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아무리 말로는 좋은 소리를 하고 있어도 느낌은 부정적일 때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 에너지를 느낀다. 우리의 신호들은 멀리,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전 달되는 힘이 있다. 특히 생각이 가진 에너지는, 눈에 보이진 않아도, 때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좋은 책에 담긴 내용은 저자가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인생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만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본인의 강의를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 뒤로 생각지도 못 했던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의 강의를 듣고 반응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유익한 강연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는 테드(TED)가 내세우는 것은 ‘확산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들 (Ideas Worth Spreading)’ 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의 에너지 가 갖는 힘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이 모두 라디오 같은 존재다. 전파를 내보내면 어느 곳에선가 그 전파의 주파수에 맞는 수 신기를 가진 사람이 그 신호를 접수한다. 즐 겨듣는 라디오채널에 고정하듯이 주파수가 비슷한 에너지들끼리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품고 하루하루를 사는 지, 그리고 그 무형의 가치들을 어떠한 말과 행동의 신호들로 세상에 내보내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어디엔가 그와 같은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잘 모르는 젊은 시절에는 에너지가 넘치지만 정리되어 있지 않다. 여기 저기 찔러보고 이 삶, 저삶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신호는 강력할수록, 일관될수록 목적지에 정확하게 전달된다. 생각이 정리되어 자신이 갈 길을 정한 사람들은 불필요한 잡념들을 가지치기 하고,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은다. 이 과정은 명상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중을 하는 힘이 커질수록 삶의 매 순간은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자 가능성이 된다. 그리고 그 신호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보이지 않는 거미 줄처럼 서로 연결된다. 그래서 인연은 있어도 우연은 없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삶의 방식’을 다루는 출판물 시리즈를 만들게 된 이유 중의 하나도 어딘가 있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인연들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독자 한 명, 한 명 이 삶의 방식에 대한 자신만의 스토리로 응답해올 때는 깊은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세상에 정제된 에너지를 정성껏 내보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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