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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470호

삶의 방식 일곱 번째 질문, 습관은 어떻게 바꿀 수 있나

‘아르스비테’ 창간 준비를 할 때 창간호의 주제를 ‘영감’으로 잡았다. 무형의 가치들을 생각하는 삶에 대한 출판물의 첫 호는 그러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된 사람,사건,책 등 다양한 영감과 만나게 된 그 특별한 조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두 번째 호는 ‘습관’에 대해 다루려 했다. 새로운 삶은 내 몸과 생각에 밴 습성들을 바꾸는 작은 출발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취지였다.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 이 작업은 결국 보류했지만 습관에 대해서는 언젠가 한번 다룰 생각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작은 습관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삶의 많은 순간들이 얼마나 무의식적이고 자동반사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우리는 어쩌면 습관의 노예인지도 모른다.

지난번 글에서 다뤘던 것처럼 우리의 능동적인 행동과 생각들이 하루하루 우리의 현실을 창조한다면, 반대로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크고 작은 습관들은 우리를 옭아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는 말이다.

대학 졸업이 다가올 무렵,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마음이 불안할 때 우연히 집어든 책이 상당히 도움이 된 적이 있다. 저자가 대학생이었을 때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1년간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어떤 분야에 취업할지 진로를 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으로 치자면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이다. 그 글을 읽자마자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기록에 들어갔다. 하루를 잘게 쪼갠 시간표에 공부하는 시간, 노는 시간, TV 보는 시간 등을 모두 다른 색상의 색연필로 채웠다. 일기장의 페이지들이 한 장 한 장 다양한 색깔들로 채워지는 동안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하루 24시간을, 일주일을, 한 달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가 자세하게 드러났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와 종이 위에 그려진 나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패턴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첫번째 경험이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어떤 패턴으로 살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많은 습관들을 의식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 습성이 운명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왜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면 알게 될 때까지 계속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자신을 학대하는 반려자를 만나는 사람들이 그 다음 사람도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행복이란 주제가 전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위안· 힐링 같은 단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들린다.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당장 위로가 되는 말을 듣고 싶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힐링은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변화에 대한 의지와 방향을 제대로 세우는 작업은 나의 현재 모습을 정확하게 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쉽지 않더라도. 오래 전에 읽은 어느 책에서 좋은 정신분석가는 상대방의 사고가 어떤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거울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습성을 바꿔 새로운 삶을 사는 첫 걸음은 바로 이 거울을 드는 것이다. 그런데 나를 형성하는 습관들은 어떻게 형성될까. 다음 글에서 던지고자 하는 ‘삶의 방식 여덟번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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