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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HIP

Volume 06

SLEEP

<아르스비테>의 부제는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A Thoughtful Lifestyle)’입니다. 좋은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고’, 여기서 느끼고 배우는 바를 일상 속에서 습관처럼 실천하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무브먼트가 <아르스비테>의 바람입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변화는 내 몸에 체화되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삶의 변화를 위한 실험을 나와 에디터들이 지난봄 직접 행동으로 옮겨봤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목표를 세우고 15주 동안 매일 실천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목표는 다양했습니다. 매일 명상하기, 한 시간씩 걷기, 요가, 좋은 글 읽기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임무 완수 여부를 서로 체크하는 동안 15주는 금세 지나갔고, 우리는 이어서 또 한 번의 15주에 도전했습니다. 30주의 장정이 끝날 즈음, 우리는 ‘좋은’ 행위를 매일 반복하고 이 습관이 몸에 배
어 일상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뿌듯한 경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그 행위가 우리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더 깊게 만들어주는 거라면 말이죠.


그런데 습관에 대한 이 실험은 나로 하여금 매일 겪지만, 오랫동안 다스릴 수 없었던, 나의 잠 습관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잠을 잘 자는 것만큼 쉬운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뒤로 나와 잠의 관계는 밀고 당기는 복잡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나는 항상 잠을 갈구했지만, 막상 하루가 끝나고 잘 시간이 되면 잠을 저 멀리 밀어냈습니다. 일과 후 귀가한 나의 몸은 피곤했지만, 나의 마음은 하루 종일 일한 데 대한 보상을 원했습니다. 밤늦게 TV 채널들을 기웃거리고, 하루의 일과를 머릿 속에 돌려보기도 하고, 시간대가 다른 곳에 사는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고. 성에 찰 때까지 잠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물론 온갖 잡생각과 걱정이 머릿 속을 어지럽히기라도 하는 밤엔 잠은 근처에 오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잠을 거부하고, 이튿날엔 피로에 잠겨 후회하는 패턴이 수년간 이어졌습니다.

잠과의 관계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르스비테> 4호 서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지난 가을, 오랫동안 해온 명상이 특별히 깊어진 때가 있었습니다. 평화로움으로 가득했던 이 기간에 나는 온전한 잠은 어떤 상태인지를 체험했습니다. 몸은 마치 포근한 구름에 감싸인 듯 부드럽고 따뜻했고, 낮의 거친 에너지는 잔잔한 물결이 되어 흐르는 듯 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 잠을 통해 힐링되고 회복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매일 밤 마치 긴 명상에 들어가는 것 같았던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좋은 잠은 그야말로 축복이라고 느꼈습니다.

동양 사상은 항상 조화와 균형에 대해 말해왔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창조가 있는 곳엔 파괴가 따르고, 자연의 모든 현상은 음과 양의 작용이며, 동적인 기운과 정적인 기운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와는 거리가 멉니다. 밤의 고요함과 평화는 생산성 극대화를 맹신하는 낮 시간에 밀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현란한 불빛과 네온사인, 하루 24시간 우리를 자극하는 TV와 스마트 기기들로 가득한 요즘 생활은 잠을 거추장스러운 이등 시민처럼 취급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잠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만일 잠이 우리 삶에 필수적이지 않았더라면, 인생의 3분의 1 가까이를 잠으로 보내지는 않을 겁니다.


잠의 기능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잠을 잘까요? <아르스비테> 6호는 밤에 눈을 감는 순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잠의 정체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내용을 모았습니다. 잠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연구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이지만, 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이미 많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잠에 대해 탐구하면서 우리는 잠이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성의 없이 통과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잠과 명상을 연구한 한 필자는 “잠이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생명력 복구의 시간”이며, 아무런 의식도 없이 쓰러져 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한 동서양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아침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데 절차가 있듯이, 밤에 찾아오는 잠을 맞는 데도 준비와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잠은 인간 의식 속에 있는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여는 시간이라는 문헌들도 있습니다.


동물들도 긴 잠을 자는 겨울을 맞아, <아르스비테> 6호는 우리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낯선, 잠의 세계로 들어가봅니다.

 

 

200 pages

KRW 1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