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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 여덟 번째 질문, 삶의 리듬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 이지현 <아르스비테> 발행인 | 중앙 Sunday 제474호
  • 2016년 4월 10일
  • 2분 분량

최근 바둑판 위에서 벌어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문 가들에 따르면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학습 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할 수 있 는 인공지능은 언젠가는 인간의 뇌로는 파 악할 수 없는 우주의 원리도 알 수 있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참 이 상한 존재로 보일 것이다. 부정확하고, 감정에 휘둘리고, 쓸데없이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인간 삶의 애환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학자들이 자아를 연구하고, 콤플렉스를 분석하고, 행복 이론들을 제시해왔는데, 기계는 이 모든 과정이 필요 없다. 인간은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가 아닌가.

그러나 지금 사람이 하고 있는 많은 영역이 차차 기계의 몫으로 넘어갈수록 우리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어렸을 때 내 운명은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개척해 갈 수 있는 것인지 나름 깊은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그 답을 얻기 위해 한 때 운명을 공부한다는 사람을 꽤 많이 찾아 다녔는데, 그 때 주워들은 몇 가지가 인상적 이었다. 주로 생년월일을 놓고 풀이하는 동서양의 방법들은 사람은 태어날 때 자연의 영향을 받으며, 그 에너지가 그의 성향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그의 성향이 만들어내는 하나 의 리듬이라는 것이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생명은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며, 개개인의 삶은 자연의 큰 흐름과 공명하는 작은 리듬들이라는 것이 내게는 흥미롭고 시적으로 느껴졌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 사람의 삶은 그가 타고난 성향과 리듬이 그가 처한 구체적인 현실에 부딪치면서 만들어진다. 마음의 상처도, 콤플렉스도, 그만의 삶의 습성도 이 과정에서 생겨난다. 자연의 영향일 수도 있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일 수도 있겠지 만, 어떠한 성향을 갖고있다는 것은 푸른색 색안경을 쓴 사람이 세상을 파랗게 보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것을 그 틀 안에서 파악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자신의 삶을 창조해가 는 길은 색안경을 벗고, 자신이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작업이다.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가장 강력한 색안경 중 하나는 두려움 이다. 밑도 끝도 없는 두려움은 이성적인 현 실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고, 원하는 삶을 찾 아갈 수 없도록 정신을 마비시킨다. 나 역시 때로 근거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 때 우연히 알게 된 외국인 심리상담가가 한 말을 떠올린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그 는 환자들의 뇌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 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으면, 환자들 은 트라우마의 후유증 없이 전혀 새로운 행 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다소 비전형적인 방법을 통해 이러한 치료를 유도하지만, 나는 단순히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를 상 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자유롭게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 마음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반복적인 학습이 필요하지만.

오래 전 내게 명상을 지도해준 한 스님은 성실한 수행을 통해 인간의 모든 행위에서 감정이 소멸되면 경험만이 남는다고 했다. 감정이 제거된 경험의 총체는 곧 지혜라는 것이다. 순수한 앎 그 자체만이 남을 때 우리 는 생명의 숨결과 우주의 리듬을 더 생생하 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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